제조사 "소재가격 상승에 인상 불가피" 해명
시공사 "추가비용 탓 계약파기 사례도" 하소연

[이투뉴스] 국내 모듈제조사가 이달 들어 모듈가격을 추가 인상했다. 앞서 10월 한차례 인상에 이어 3개월 사이 제품가격이 두 번 올랐다. 업계에서는 급격한 가격 인상으로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어 계약을 해지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반면 제조사는 높은 소재가격으로 적자가 지속되면서 영업손실 최소화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해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한화큐셀과 현대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모듈제조사들이 최근 모듈 판매가를 재차 인상했다. 현재 국내제조사의 모듈 판매가격은 W당 400원 내외다. 업체별 취재 결과 이번 모듈가격 인상폭은 30~50원으로 파악되고 있다. 앞서 10월 국내 제조사가 모듈 가격을 40원 올린데 이어 12월에도 추가 인상해 하반기에만 제품 가격이 20% 올랬다.

모듈제조사 측은 이번 추가 인상이 태양광 소재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이어지고 있는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태양광시장조사업체 PV인사이츠에 따르면 폴리실리콘 가격은 올해 1월에 kg당 11.04달러에서 지난달 32.47달러로 194% 폭등했다.

이처럼 원부자재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국내 태양광 제조업계는 3분기까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화큐셀은 3분기까지 1752억원의 누적 영업손실을 봤으며, 신성이엔지 역시 3분기까지 69억원의 누적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상반기까지 45억원의 영업이익을 본 현대에너지솔루션도 3분기 영업손실 5억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A모듈제조사 관계자는 “올해 영업손실이 막대해지면서 1년 가까이 올리지 않았던 모듈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었다”며 “폴리실리콘 가격이 3배 정도 오르면 이론적으로 모듈가격도 70% 수준은 인상해야하며, 현재 제품가격 인상 수치는 원가 상승률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B모듈제조사 관계자는 “보통 연말에는 국내 모듈가격이 오르지만 올해는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수요 대비 물량이 크게 부족한 상황이라 상승폭이 예년보다 커졌다”며 “내년에도 국내외로 대형 태양광프로젝트가 있어 제조업계 내부에서는 모듈가격이 쉽사리 하락하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시공사와 발전사업자들은 이번 모듈가격 인상이 국제 태양광시장 흐름과는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중국을 비롯한 해외 제조업체 모듈가격은 최근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는데, 국내는 탄소인증제와 한국형 FIT 등으로 가격이 되레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태양광 시장조사업체 PV인포링크 보고서를 보면, 태양광공급망 전체가격이 서서히 하락해 내년 상반기에는 더 낮은 모듈가격이 형성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선 원자재 가격 상승이 소강상태로 접어들면서 외국 제조업체도 모듈가격을 올리지 않거나 심지어 떨어지고 있다는 소식이 나오고 있다”며 “정작 국내에선 모듈가격이 재차 인상돼 결과적으로 소비자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강준호 동원이앤씨 대표는 “시공사업자는 소비자와 계약을 마친 후 발전설비시공을 하는데 모듈가격이 크게 상승해 추가비용이 나오면서 공사를 지연하거나 아예 계약을 해지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면서 “제조업체가 적자 해소를 위해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임은 알지만 이번처럼 급격한 가격상승은 설비공사는 제대로 못하고 수주도 줄어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진경남 기자 jin0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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